[서울=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앨런 길버트 & NDR 엘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사진=빈체로 제공 ⓒWON HEE LEE)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3년 만에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지휘자 앨런 길버트(58)는 현대와 고전 두 세계를 오갔다. 현대음악의 격정과 고전의 정수, 정반대의 결이 그의 지휘 아래 극명히 대비되며 음악이 가진 두 얼굴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앨런 길버트 & NDR 엘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은 유쾌한 인사로 시작됐다. 길버트는 지휘봉 대신 마이크를 잡고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하며 관객들을 맞았다. 영어로 "한국을 사랑합니다.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을 사랑합니다"라고도 했다.
공연의 서막은 런던 현대음악 작곡가 안나 클라인의 '요동치는 바다'가 열었다. 미국 시인 오드리 로드의 시 '여성은 말한다'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곡은 길버트의 손끝 아래서 바다의 리듬과 저항의 에너지를 동시에 품었다. 단원들이 바닥을 구르며 리듬을 만들고, 허밍으로 음향을 겹겹이 쌓아 올렸다. 지휘봉이 아닌 몸으로 주고받는 박동 속에서 무대는 파도처럼 요동쳤다.
이어진 무대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브람스의 고향인 함부르크를 거점으로 한 NDR 엘프필에게 브람스는 '모국의 언어'와도 같다. 길버트와 악단,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은 앞선 현대음악이 보여준 격정과 완전히 대비되는 무대 속에서, 고전음악이 지닌 '구조의 미학'을 선명히 드러냈다.
1악장은 오케스트라가 차분하고 대담한 선율로 시작해 점점 음을 쌓아갔고, 이윽고 벨의 연주가 어우러지며 풍부한 현(絃)의 음들이 극대화됐다.



[서울=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앨런 길버트 & NDR 엘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사진=빈체로 제공 ⓒWON HEE LEE)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2악장은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벨의 연주가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오보에, 클라리넷, 플루트 등 목관이 부드러운 선율로 서정성을 연출하면 바이올린 솔로가 들어선다. 천천히 한 음 한 음을 짚어가며 서정적 분위기를 끌어올려 바이올린의 매력을 발산했다.
2부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7번이 장식했다. 시작은 어스름한 선율로 공연장에 마치 안개가 드리운 듯했다. 2악장은 대조된 정서로 꽃잎이 휘날리듯 음이 연주됐다. 이 중심에는 플루트 수석 한여진이 있었다. 악장을 전개하며 평화롭고 밝은 선율을 끌고 나갔다. 길버트의 꼼꼼한 지휘에 음들이 하나로 귀결되며 마치 음반을 틀어놓은 듯했다.
마지막 악장에는 에너지를 쏟아냈다. 길버트는 두 팔로 큰 원을 그리며 기(氣)를 모으듯 악단을 지휘했다. 관악은 더욱 웅장한 소리를 내며 이에 반응하고, 현은 숨 가쁘게 몰아쳤다. 팀파니의 묵직한 울림은 장엄한 마침표를 찍었다.
앙코르 무대도 브람스로 꾸몄다. '헝가리무곡 5번'의 경쾌한 리듬과 익숙한 선율을 연주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길버트는 이날 공연에서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 NDR 엘프필, 벨과 함께 '두 시대의 언어'를 정교하게 번역했다.



[서울=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앨런 길버트 & NDR 엘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 모습. (사진=빈체로 제공 ⓒWON HEE LEE) 2025.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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